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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제 3의 리즈
2012년 3월에 쓴 글
밥그릇 챙기는데 급급한 좁은 내수시장
박진영의 '이 노래'로 안정적인 데뷔식을 치뤘던 2AM에게 리즈시절을 선사한 곡은 방시혁의 '죽어도 못 보내'였다. '죽어도 못 보내' 발매 당시 멜론 실시간 차트 진입 그래프의 지붕을 뚫었던 2AM이, 이번엔 김도훈의 곡으로 컴백했다. 이번 신곡에 얽힌 일화로, 박진영은 트위터에 2AM에게 곡을 거절당했던 사연을 언급했다. 당시엔 서운했지만 '너도 나처럼'을 선택한 2AM이 결국 옳았다며 축하를 보냈다. '이 노래', '죽어도 못보내'를 이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너도 나처럼'이, 2AM에게 제 3의 리즈시절을 안겨줄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2AM 타이틀 곡 중 퀄리티로 기억될 만한 곡은 단연 '친구의 고백'이라 생각한다. 당시 어정쩡한 성적을 거두며, 동급생이었던 2PM과의 대세 격차를 벌여놓은 곡으로 기록되었지만, 2AM의 음악 색깔을 얘기하는 데 있어 '친구의 고백'을 빼놓고는 이야기가 안 된다. '너도 나처럼'은 대중적인 멜로디의 포멀한 발라드 넘버이다. 어떠한 변주도 없이 가장 무난해진 2AM을 들려준다. '죽어도 못 보내'가 포멀하고 잘 닦인 팝발라드였음에도, 뒤이어 선택한 '너도 나처럼'은 더더욱 무난해진 한국적 발라드 정서의 극치이다. 심지어 파트 구성도 그대로다. 창민을 도입부로, 조권을 후렴구에 배치하고 진운과 슬옹의 보이스 매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던 '친구의 고백'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비록 차트에선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너도 나처럼'으로 얻을 수 있는 2AM의 네임밸류 향상이란 글쎄, 도무지 모르겠다. 차트 성적만을 노린 것이라면 이쯤해도 큰 성공일테니 할 말 없다. 그렇지만 '너도 나처럼'을 듣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박진영이 까였다는 곡이 궁금해진다. 박진영과의 조우를 계속 바라는 건 아니지만, 이번 타이틀곡이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다.
2AM의 행보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이미 충분히 검증되어 수익이 보장된 시장을 상대로 한 밥그릇 마케팅이다. 2AM은 ‘죽어도 못보내’로 이미 자신들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히트작을 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전작 대비 오히려 감흥은 다운그레이드 되었으나 톤은 안정된 앨범으로 2AM이 차지할 수 있는 시장 영역을 그대로 먹고 들어간, 안전지향적이고 심심한 리즈시절을 맞았다.
콘텐츠의 부익부 빈익빈
빅뱅의 이전 미니앨범 "Tonight"은, 빅뱅의 커리어에 있어 다소 아쉬움을 남긴 앨범이었다. 앨범 퀄리티나 파급력이 이전만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이번 미니앨범을 들으니 더욱 그렇다. "Tonight"이 굳이 나왔어야 하는 앨범이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미니앨범의 퀄리티가 업그레이드 되었다. 차트 성적은 둘째 치고, 'Blue', 'Bad Boy', 'Fantastic Baby'의 타이틀라인업은 각 곡 자체의 수준만으로도 내세울만한 완성도다. 빅뱅은 공백기 동안, 굵직한 사건 사고를 치러왔다. 이른 컴백 결정으로 많은 대중들에게서 반감을 산 것도 사실이다. 한국을 대표한다고 할만한 블록버스터급 그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이었을까. 지드래곤은 '음악으로 갚는 것'이라 대답했다. 빅뱅이 가는 길에 동조할 수 없는 대중들도, 빅뱅의 음악은 듣는다. 이것이 '음악으로 갚는다'는 변명에 깔린 진짜 이유일 것이다. 자신감일 수도, 오만함일 수도 있다. 그래도 사실인 건, 빅뱅의 음악 외적 요소들에 대해선 호불호에 대한 논의가 뜨거워도, 차트를 장악한 성적표가 보여주듯이, 그들의 음악에 대한 호불호 만큼은 이젠 논외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빅뱅은 이미 그런 위치에 섰다. 자숙 없는 컴백이 용서되지 않으면 그들의 음악을 외면해주면 되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에서 이만한 퀄리티의 상업음반을 내놓을 가수가 없는 게 현실이고, 결국 차트를 도배하는 건 빅뱅이 내놓은 콘텐츠이다. 이건 어떻게 보면 우울한 이야기이다. 이런 저런 일로 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그들의 음악은 듣는다. 뻔뻔스레 돌아온 나쁜 남자를 내치기엔, 그만큼 만족시킬 대안이 없다는 웃지 못할 현실. 우리나라의 상업 음악 시장이 부피는 커진 것 같아도, 콘텐츠의 다양성이 심각히 부족하다거나 실상 까놓고 들어가보면 양질의 콘텐츠가 적다는 건, 장기적인 문제점으로 부풀어오를 것이다. 빅뱅이 이번 앨범으로 어찌됐든 성공적인 제 3의 리즈시절을 맞은 이 상황은, 아주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량식품이냐, 건강식품이냐.
스위즈 비츠(Swizz Beatz)가 케이팝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예견하고, 올 여름 발매 예정인 지드래곤(G-Dragon)의 솔로 앨범에 루다크리스(Ludacris)가 참여하고, 윌아이엠(Will.I.Am)이 2NE1을 프로듀싱하며, 소녀시대의 월드와이드 리패키지 앨범에는 스눕독(Snoop Dogg)이 피쳐링한 시대이다. 케이팝 시장이 월드-와이드해졌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언급된 팝씬의 아티스트들은 모두 흑인음악 아티스트들이고, 케이팝 열풍의 주역들은 모두 아이돌들이다. 모두 각 씬의 트렌드와 음반시장을 이끌어온 스타들이지만, 각자가 이룬 씬의 성격은 극과 극이다. 방대한 크기의 시장에서 더 트렌디하고 더 완성도 있는 콘텐츠의 질적 대결이 치열한 팝씬과, 좁은 시장에서 기획력으로 탄생한 인적 자원들의 무한 대결 구도인 케이팝씬은 여러모로 정 반대의 그림이다.
그 와중에 세계시장이 케이팝의 스타들에게 주목했고, 만리장성 같았던 미국 시장에서도 슬슬 자발적인 프로포즈가 오기 시작했다. 방대한 콘텐츠의 시장인 팝씬이 굳이 케이팝씬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케이팝이 내수시장에만 매달릴 수 없는 상황이 기반한다. 음악활동만으로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든 좁은 국내 시장상, 해외 활동을 병행하지 않고는 제작비용도 감당 못하는 실정이다. 대형 기획사들은 예전 아이돌 황금기 때 같은 수익창출과 회사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중소형 기획사들은 최소한 제작비용을 빚으로 떠안지 않기 위해서라도 해외 프로모션을 할 수밖에 없다. 케이팝의 콘텐츠를 아낌 없이 구매하는 고정 팬층이 세계시장에서 확보되었다는 소리. 다소 떠들썩하고 과장되어 보이는 케이팝의 위세에 대한 언론 보도들이, 적지 않은 의심에도 끊임없이 나오는 건, 대외적인 시장 이미지나마 유지해야할만큼 내수시장이 파워를 잃었기 때문이다.
2AM 같은 경우, 비싼 비디오, 외국 안무가의 도움 없이도 국내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케이스이다. 큰 자본을 들여 홍보하지 않아도 끼 있는 멤버들의 예능 출연만으로 신곡 발표 소식을 알 수 있으며, 콘텐츠의 비쥬얼적 요소에 투자가 받쳐줘야 하는 다른 아이돌들에 비해 곡의 대중성만으로 음원 상위권에 랭크될 수 있는 나름 보장된 시장성을 가지고 있는 그룹이다. 문제는 이런 그룹은 점점 내수형으로 초점을 맞춰 음원 차트를 노린 곡을 발표하고, 여타 비쥬얼이 강점인 아이돌들은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이상 끊임없이 양질의 콘텐츠를 내놓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일정 이상의 팬덤이 형성되면 팬덤을 상대로 한 장사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대형 기획사 소속이더라도 어느 정도 네임밸류만으로 시장이 보장되는 궤도에 오르면 최상의 퀄리티는 기대하기 힘들다. 그들을 앞세운 더블, 트리플 시장을 위해 새 그룹을 기획해야하기 때문. 좁은 시장에서 기획력하에 자라난 인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을만큼 활용해야만 시장이 확보되는 구조가 케이팝 붐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지금 현재 케이팝씬의 인재들은, 나름 실력을 갖춘 이들마저 퍼포먼스와 비쥬얼적으로 정형화된 모습을 요구받는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박관념처럼 가다듬어져 철저히 시장에 최적화된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한 모델들은 퇴화되어 온 때문이다. 한마디로 케이팝이란 아티스트 고유의 개성 같은 것은 걸러내져 시장성만으로 살아남은 문화인데, 개성이 있어야만 살아남는 팝씬이 케이팝에 기대하는 게 무엇일까. 팝씬이 이런 케이팝에 러브콜을 하는 건 기형적인 시스템 위에 세워진 아슬아슬한 시장을 몰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훤히 보여서일 것이다. 시장적 진화론으로 좁은 시장에서도 살아 남았으니 돈이 된다는 것은 분명한데, 넓게 봐서 원활히 지속될만한 시장은 아니기 때문에 장사로의 시장으론 명분이 충분하다. 팝씬의 질적 보장이 되는 콘텐츠와 홍보 보장이 되는 스타들이, 케이팝의 시장성이 검증된 아이돌들과 콜라보레이션했을 때 전 세계의 케이팝팬들뿐 아니라 미국 현지의 대중들까지 시장에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고, 이 장사는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케이팝의 영향력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예측할 수 없다.
내수시장의 크기에 비해 인적 자원이 슬플 정도로 풍부함에도, 가요계는 질적 빈곤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아니러니하게도 케이팝의 제 3의 리즈 시절은 지금이다. 팝씬과의 콜라보가 더 거대한 번영기를 불러와 가요계에 질적인 풍요까지 가져올지, 아예 한계만 드러낸 채 더더욱 싼 제작비의 불량식품들만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을 이 갈림길. 그래도 분명 기대감이 존재하는 지금이 새로운 리즈 시절임과 동시에, 마지막이라는 경종을 울리는 벼랑 끝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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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제 3의 리즈
2012년 3월에 쓴 글 밥그릇 챙기는데 급급한 좁은 내수시장 박진영의 '이 노래'로 안정적인 데뷔식을 치뤘던 2AM에게 리즈시절을 선사한 곡은 방시혁의 '죽어도 못 보내'였다. '죽어도 못 보내' 발매 당시 멜론 실시간 차트 진입 그래프의 지붕을 뚫었던 2AM이...Date2012.09.23 Views2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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