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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리스트 초한지 속, 디스트릭트9
2012년 4월에 쓴 글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국내 대중음악사에서 보컬리스트란, 언제나 절대적 위치를 차지해왔다. 다른 어떠한 재능보다도 노래를 잘 하는 이들에게, 매 시대마다 열광해온 국내 대중들이 유독 절대다수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참 노래를 잘 하는 사람이 많다는 공공연한 전제도 보컬리스트 싸움에 한 몫 해왔다. 각 시대마다 왕좌를 거머쥔 보컬리스트들의 스타일은 시대적 차이로 조금씩 변하긴 했지만, 큰 기준은 대략 비슷하게 유지되고 있다. 국내 대중들이 좋은 보컬을 가려내는 기준에, 개개인의 취향이나 장르 간의 차이를 초월하는 어떠한 보편화된 척도가 존재한다는 가상의 불문율이 있다. 그러니까, 노래를 잘 한다고 말해지려면 필요한 조건들이 이미 국내 대중들에게 고정관념처럼 늘 따라다녀왔다는 것이다. 그건 가요에서도 인기 보컬리스트의 범주에 '소울 보컬' 카테고리가 추가되고 난 이후 시대에서도 쭉 마찬가지였다.
가요를 듣는 대중들 사이에서 노래를 잘 한다고 불려지려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가창력'을 갖추고 있으면 된다. 일반적인 기준의 가창력이란 보컬 테크닉에 대한 기본기 같은 것들을 비롯한 들려지는 소리 자체의 테크닉적 완성도 정도의 개념이 되겠다. 안정적인 발성법과 다양한 창법의 구사 여부 등으로 세분화시킬 수 있겠다. 여기까지가 좋은 보컬리스트를 나누는 잘 알려진 기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인기 있는 보컬의 반 이상은 소울풀함을 표방하고 있는 이 시점의 가요계에서, 노래를 잘 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 가상의 척도에, 흑인음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점이 존재하고 있나? 흑인음악이 이 땅에 입성한 이래로, 그 장르의 고유적 특성에 따라 흑인음악을 하는 보컬리스트가 이해된 적이 과연 있었던가. 알앤비 앨범들이 음반차트의 주류를 이루던 때 조차도 마찬가지였다. 소울풀한 보컬리스트라는 건 늘 언제나 보편적 가요 보컬리스트의 기준 아래에 끼워졌다. 여전히, 소울 보컬이든 일반 가요 보컬이든 동일한 기준선상 아래에 속한다는 것이다. 가요사에서 노래를 잘 한다 못 한다의 기준은, 대세인 장르가 무엇이었냐에 상관 없이 사실 변한적이 없었다. 알앤비 보컬리스트도 늘 같은 잣대에 올려졌다는 얘기다.
이게 뭐가 문제냐는 입장이 있을 수 있다. 이 화두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느낀 것은, 일반적으로 국내 대중들이 뛰어난 보컬리스트를 가르는 그 척도라는 게 지금 현재의 세계 흑인음악 트렌드와 분명 상충하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때때로 아티스트 자체의 역량 여부와도 연결이 되곤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무시해도 될 문제가 아니게 되었다. 트렌드라는 것은 언제나 새로운 기준을 정립하길 대중에게 끊임없이 요구한다. 국내 리스너들이 트렌드에 둔감한 편이 아님에도, 유독 보컬리스트에 대한 기준만큼은 보수적 성향이 있어왔다. 폭넓은 음역대와 쩌렁쩌렁한 성량 등으로 대표되는 구시대의 보컬리즘에 대한 기준이, 최신의 흑인음악 트렌드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
뭐, 이 모든 걸 뛰어 넘어서서 보컬은 개인적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는 취향존중적 사고가 많이 자리잡긴 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대중들에게 있어, 보컬리스트를 평가하는 멘트는 '내 취향이다, 아니다' 보단, '노래 못한다, 잘한다'인 게 현실이다. 다수의 취향에 부합하지 못하는 보컬리스트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만, 보컬리스트의 장르적 이해도와는 상관 없이 노래 잘 부른다, 못 부른다로 구분되는 것은 때론 비음악적으로 보이곤 한다.
한국 대중들의 보편적인 보컬론에 부합하지 못한다 해서, 과연 가창력이 뛰어나지 않다고 평가되어야 마땅한 것일까. 물론 어느 정도의 기본기가 갖춰져 있냐 없냐는 나름 필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이런 보컬리즘적인 이분법보다 중요한 건, 사실 음악 본연에 대한 이해의 정도와 해석력임을, 많은 이들이 간과한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두 가지 경우를 들어보겠다. 알앤비 보컬이라 자처하며 알앤비 음악을 한다고 하는 가수가, 장르 자체에 대한 이해력이 다소 어긋나있거나 올드함에도 일반적인 가창력이 썩 그 기준에 부합될 경우, 그는 좋은 보컬리스트인가? 반대로, 소울을 트렌디하게 이해하고 있는 보컬이지만 가요적 가창력의 기준에는 그다지 부합하지 않을 경우, 그가 가창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되는 게 옳은 것일까?
아마 이러한 왜곡된 인식은, 국내 대중들이 알앤비에 가지고 있는 여러 오해들에서 비롯된 것일 거다. 가요사에 알앤비라는 장르가 주류시장에 들어섰을 적부터 그러한 뿌리 깊은 오해는 예견된 것이었다. 흑인음악의 실제 트렌드와는 전혀 상관 없이, 가요 리스너들의 소울보컬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국내에서 알앤비가 시장으로의 가능성을 열었던 초기적 수준에 머물러있다. 현란한 애드립과 부담스럽게 꾸며내는 창법 등은 처음 그러한 보컬을 알앤비스러운 보컬이라 접했던 대중들에겐 신세계였으나, 지금 와선 그것이 알앤비 보컬에 대한 부정적 키워드가 되어, 알앤비 장르 자체에 대한 불온한 시선으로 번졌다. 이제 와서 보니, 담백한 보컬을 선호하는 일반 가요 리스너들에게선 알앤비 보컬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되어지거나, 시원하고 말초적인 가창력을 기대하는 라이트 대중들에게도 주목 받지 못하는 외딴 섬이 생긴 것이다. 그것이 가장 트렌드에 가까운 알앤비를 구사하는 뮤지션들이 표류되는 이상한 영역이다. 외계인 격리구역 '디스트릭트9'과 다를 바 없다. 이 외로운 신영역엔 분명 특별법이 시급하다. 그들이 하는 음악이 어떤 독특한 새로운 음악이 아니라, 현재 세계 알앤비씬의 시류에 부합하는 음악이며 보컬을 구사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과연 언제 가요 리스너들이 트렌디한 알앤비 보컬리스트들에게 너그러이 '뛰어난 보컬리스트'의 구역을 내어줄까. 무장해제해야 할 쪽은 외계인이 아닌 인간들임을, 먼 미래의 SF 이야기도 아닌 초한지와 같은 치열한 현실세계에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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