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에 쓴 글
'월드 DJ 페스티벌', 'UMF 코리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 '지산밸리 록 페스티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서울 재즈 페스티벌', '그랜드민트 페스티벌', '하이네켄 센세이션', '서울 일렉트로닉 뮤직 페스티벌', '그린그루브 페스티벌', '월드 일렉트로니카 카니발', '그린 플러그드 레드', '렛츠 스프리스 록 페스티벌', '카운트다운 판타지' 등등 국내에서 개최되는 음악 페스티벌들은 날이 갈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과연 수요층이 다 충족이 될까 싶을 정도로 음악 페스티벌 시장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그 중 힙합이나 알앤비를 메인으로 한 단독 음악 페스티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믿어지는가. 큰 규모의 페스티벌들은 호스트로 힙합·알앤비 아티스트들을 섭외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메인 스테이지에 앞서 관객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좋은 게스트로서의 캐스팅인지라 따라오는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다른 장르 마니아들이 1차, 2차, 3차 공개되는 화려한 라인업들에 설레 하는 모습을 보며 내심 부러웠던 기억이 한 번쯤은 있을 것. 국내에서 힙합 페스티벌이 유치될 법도 해 보이건만, 소식이 있을 듯 말듯 결국엔 조용한 이유가 무엇일까?
메이저 장르가 아니라서? 일단, 흑인음악 아티스트들의 내한 공연이 자주 성사되는 걸 봐서 공연 기획자들이 아예 관심 없다거나 수요층이 아주 척박한 시장은 아닌 듯하다. 가장 최근 있었던 '현대카드 슈퍼 콘서트 17 에미넴' 공연은, 국내에서 비교적 에미넴이 대중적인 힙합 아티스트라곤 해도, 티켓세일즈나 관객 피드백 모두 내한공연을 통틀어 매우 성공적인 편이라 할 수 있었고 말이다. 올해 내한공연을 했던 국외 아티스트들을 살펴보더라도, 힙합·알앤비 아티스트들의 비중이 절대 적지 않다. 국내 아티스트들로만 라인업을 꾸린다고 치면 페스티벌이 자주 개최되는 록이나 일렉트로닉, 재즈 모두 대중적인 장르라고 할 순 없다. 대형 페스티벌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르 아티스트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기에 규모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에서 장르가 메이저고 마이너고 하는 위치는 사실상 중요치 않다.
총대 메는 이가 없다? 대부분의 대형 페스티벌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진행된다. 아예 기업 측에서 공연기획사와 공동 기획으로 페스티벌 상품을 내놓기도 한다. 아니면, 지역 문화 사업의 목적으로 특정 지역의 후원을 받는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다. 어느 한 제작자나 공연기획사 측에서 단독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그 정도로 진행될 수 있는 규모면 기존에 언더에서 열리고 있는 힙합 공연들과 별다르지 않은 상품 정도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에는 자본의 문제인데,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후원을 받기 위해서 수익&지역 홍보 가능성을 설득시켜야 하는 움직임이 여태껏 없었다는 얘기가 된다. 철저한 준비로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이 가능한 씬 내의 포지션이 없다는 얘기. 그러한 노력은 충분히 있었음에도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프로젝트를 접은 케이스가 분명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이 장르의 세일즈 가능성을 입증시키지 못했다는 것이기에 더더욱 슬픔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에미넴 내한공연 성공으로 탄력을 받은 것인지 거물급 현지 아티스트들의 내한 소식이 들리는 등 장르 팬들의 갈증을 덜어줄 반가운 오아시스가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단독 장르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가 샘솟는 건 당연하다. 이 글은 현실을 되짚어보기 위함과 동시에 기대 및 상상을 위한 페이지이기에 정말 페스티벌이 열리면? 이라는 가정을 세워 어떤 것들을 생각해봐야 하는지 얘기해보고자 한다.
힙합 페스티벌이 열린다면? 제일 먼저 장르 마니아라면 페스티벌의 성공을 기원해야 할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로 그치지 않고 지속해서 장르 마니아는 물론, 페스티벌 자체를 즐기러 찾는 대중을 회가 거듭할수록 늘려나갈 수 있는 좋은 축제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르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페스티벌의 역할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모두의 축제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래야 다양한 대중들이 위화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장르로 발전하는 밑거름으로써 순기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음지 장르 혹은 선입견 많은 장르로서의 인식을 좋은 페스티벌의 유치로 순화시킬 수 있다면 장르 페스티벌로서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 놓치지 말아야 할 점들. 에미넴의 내한공연 성공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자. 돈 많은 기업 현대카드의 빵빵한 기획력과 투자로 개최한 공연이었고, 그가 국내에서 몇 안 되는 대중적인 힙합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SNS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상에서의 폭발적인 피드백은 지극히 이례적인 풍경이었다. 언론은 그 같은 대중의 반응을 보도하며 상황에 더욱 불을 지폈고, 에미넴의 내한공연 여파는 거의 에미넴에 대한 일시적 열풍으로나마 뜨겁게 작용했다. 자본 빵빵하게 끌어오고, 네임벨류 있는 인기 아티스트들 몇 꽝꽝 라인업에 박아 넣으면 만사 OK일까? 이제는 국내 대중들의 페스티벌 즐기는 노하우가 만만치 않다. 처음 열리는 단독 페스티벌이라고 어수룩한 구성으로 때우려고 했다간 한철 추억으로 남을 가능성 백 프로다. 국내 대중들이 어떠한 페스티벌에 가고 싶다고 느끼는 게 온전히 라인업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상기해야 한다. 유일한 장르 페스티벌이기에 더욱 중요하다. 하루 이틀 잘 놀고 가는 잠깐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남길 수 있는 문화적 자산으로 페스티벌의 여러 프로그램을 잘 활용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체적인 컨셉팅도 홍보를 위해서도 멋지게 정제된 비주얼디렉팅이 필요하고, 기꺼이 비싼 티켓값 내고 즐기러 온 관객들에게 단순한 공연이 아닌 문화 기획을 즐기고 간단 생각이 들도록 디테일들까지 하나하나 신경 쓰는 세심한 노력도 필요하겠다.
라인업 역시 국내에서 유명한 아티스트 몇몇 섭외에만 기댄 고민 없는 캐스팅이 아니라, 국내에서 비교적 유명세가 덜 하지만 현지 씬에서 중요한 행보를 보여주고 활발히 씬을 이끌어가고 있는 신예들에 대한 캐스팅과도 적절히 잘 배합이 된 의미 있는 라인업을 짜는 것이 중요하겠다. 유명 아티스트들의 이름만 보고 페스티벌을 왔다가도, 실력과 개성 넘치는 매력으로 세계 힙합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신예들의 공연을 즐기고 2차 피드백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하려면 말이다. 무조건 당장 국내에서 네임드가 높은 아티스트로만 짜인 라인업보다 장르씬을 위해 더 퀄리티 있는 움직임으로 작용할 것이다. 길게 그리고 멀리 보면, '세상에 이런 아티스트들을 섭외했어, 보고 싶지?'에 그친 라인업보단 '진짜 이 장르가 왜 멋지고 잘 나가는지 증명해줄 아티스트들'이 국내에서의 힙합과 알앤비에 대한 저열한 인식을 상기해봤을 때 더 필요하다고 본다.
힙합&알앤비 페스티벌이 생기면 좋겠지만, 생기더라도 정말 잘 개최됐으면 좋겠다. 좋은 피드백과 지속적인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좋겠고, 또한 그런 역할로서의 페스티벌이 진정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에미넴의 내한이 이렇듯 핫했던 걸 보며, 그 반사 작용으로 곧바로 대형 스타들의 내한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니 내심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섬세한 기획으로, 돕한 페스티벌로 기쁘게 해줄 날이 곧 오지 않을까 설레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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