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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ng, Rich & Dangerous
2012년 9월에 쓴 글
현대사회에서 부는 성공의 표식이다. 가난하지만 성공적인 삶? 세상의 기준에 그런 건 없다. 사회는 돈 잘 버는 사람을 최고로 쳐준다. 그런데 개인의 노력으로 부와 성공을 이룰 가능성은 점점 좁아졌다. 부는 세습되고, 저마다 다른 출발선에서 시작하게 되기 때문에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긴 옛날 말이 되었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희망 1순위는 연예인이라고 한다. 개인의 노력과 재능으로 사회적 성공과 부를 거머쥐고, 신분 상승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장 때 묻지 않아야 할 아이들의 꿈이 사회의 모순적 구조를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거울이 된 셈이다.
가수 중에서도 특히나 국내에선 아이돌 같은 경우, 열심히 활동해서 인지도를 잘 쌓으면 팬들의 사랑도 물론이지만, 행사비나 국외 활동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많아서 어린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 아이돌들이 성인이 되자마자 산 첫차가 BMW라느니, 현찰로 청담동 주택을 샀다느니, 할머니께 용돈으로 백만 원씩 드린다느니, 십 대의 나이에 벌써 부모님 가게를 차려드렸다느니 하는 현실적인 부의 증거들은 더더욱 이런 현상에 불을 붙인다. 이처럼 환상만 점점 커지는 세계이다 보니 아이돌을 꿈꾸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대형 기획사의 연습생으로 준비하다 데뷔하기까지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어렵다고 하여 '아이돌 고시'란 말까지 생겼다. 제작자들은 그들을 앞세워 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더욱더 체계화되고 획일화된 트레이닝 시스템으로 갈고 닦아진 상품을 내놓는다.
http://youtu.be/YxaJ4dVP4Wg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당시 19살의 나이였던 저메인 듀프리(Jermaine Dupri)는 12, 13세의 어린 힙합 듀오를 기획한다. 크리스 크로스(Kris Kross)는 헐렁한 힙합 의상을 거꾸로 입은 개구쟁이 같은 비주얼과 귀여운 목소리의 랩핑이 돋보이는 "Jump" 한 곡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기 많은 십 대가 되었다. "Jump"의 인기를 타고 데뷔앨범 [Totally Krossed Out]의 수록 싱글들은 연이어 사랑받았고, 앨범은 4x플래티넘을 기록했다. 어린 나이에 어마어마한 성공을 맛본 뒤, 몰라보게 자란 성장기의 소년들은 후속작에선 플래티넘만을 달성하였다. 몇 년 뒤 그들의 마지막 앨범 [Young, Rich & Dangerous]를 발표하고 각자의 길을 가기로 한다. [Young, Rich & Dangerous]는 멋진 앨범이었지만, 크리스 크로스에게 "Jump"의 그림자는 너무 짙기만 했다. "Jump"로 세상에 나온 당시, 세상이 원하는 상품성과 그들의 캐릭터가 잘 일치되어 성공을 거둔 기획이었지만, 대중이 원하는 건 크리스 크로스의 성장기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http://youtu.be/ll087NyIpNk
몇 년 뒤, 저메인 듀프리는 릴 바우 와우(Lil' Bow Wow)라는 13살의 랩퍼를 데뷔시킨다. 바우 와우는 일찍이 어렸을 때부터 랩을 했고, 그의 'Dogfather'인 스눕 독(Snoop Dogg)이 바우 와우라는 랩퍼 네임을 지어주었다. 데뷔 앨범 [Beware of Dog]의 인기로 순탄한 랩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던 바우 와우는, 특유의 스타성과 지속적인 활동으로 롱런하고 있는 뮤지션이다.
바우 와우가 솔로 커리어로써 데뷔 앨범만 한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건 크리스 크로스와 다를 바가 없지만, 같은 또래의 다른 스타 뮤지션들과 콜라보를 자주 하는 등 똑똑한 방식으로 캐릭터를 지키며 씬에서 살아남았다. 특히나 오마리온과 함께한 싱글 "Let Me Hold You"는 에어플레잉 차트를 장악하며 큰 인기를 끌었었고, 후에 둘은 합작 앨범으로도 함께했었다. 그는 영화배우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2009년 캐시 머니 레코즈(Cash Money Records)와 계약해 올해 7번째 정규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http://youtu.be/MrTz5xjmso4
열다섯 살에 데뷔한 션 킹스턴(Sean Kingston)은 "Beautiful Girls"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을 딴 가명답게, 자메이카 출신의 소년은 미성으로 스무딩하고 트렌디한 레게 사운드를 소화해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선보였고, 전 세계의 대중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데뷔 당시 통통하고 귀여웠던 캐릭터와도 잘 어울렸던 불후의 출세 곡으로 성공적인 시작을 했지만, 어린 션에게 팝계는 역시 녹록지 않았다. 어린 나이에 얻은 명성으로 여러 탑급 뮤지션들과 콜라보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하고 있지만, 차기작 [Tomorrow]는 그다지 좋은 성과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싱글 "Fire Burning"이 클럽튠 스타일의 시즌성 트랙으로 인기를 끌어 하이틴 스타에서 어느덧 성인이 된 뮤지션으로의 행보에 가능성을 보여줬다. 후에 션은 절친한 동료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함께한 싱글 "Eenie Meenie"를 발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어린 나이에 데뷔해 스타가 된다는 건, 후유증이 만만치 않은 일이다. 크리스 크로스가 가장 그 단면을 잘 보여주는 선례가 되었고, 바우 와우와 션 킹스턴 모두 마음고생 한 시기를 거친 걸로 알려졌다. 남다른 성장통을 겪고 난 후 음악으로 성장을 알린 뮤지션들도 많지만, 재능과 열정이 풍파에 잘려 대중의 기억 속에서 사라져간 이들도 많다. 한국의 크리스 크로스 같은 컨셉으로 데뷔하려고 했었다던 빅뱅의 G-드래곤(G-Dragon)과 태양 또한, 어린 시절부터 힙합 키드를 꿈꾸며 성장 시기를 거친 예이다. 얼마 전 발표된 "One Of A Kind" 뮤직비디오에서 G-드래곤이 'Young & Rich, that's 나란 말이야'란 가사와 어우러져 후반부에는 태양을 출연시켜 둘이 함께 그루브를 타는 부분에선, 그들 자신의 재능과 끼로 성공한 뮤지션이자 스타로서의 삶에 대한 유감 없는 자랑이자, 떳떳한 자기 고백으로 읽혔다.
어리고 돈 잘 버는 스타들은 많다. 그러나 끝끝내 음악으로 자신을 증명해 보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 시대의 'Young & Rich 스타'를 꿈꾸는 수많은 아이들이, 한 해 상반기에 60억을 버는 아이돌보다 어쩌면 더 이루기 어려운 건 오래 살아남아 자신만의 음악을 하는 뮤지션이란 걸 알고 꿈꾸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철 스타만 난무하는 음악계보단, 그편이 대중에게도 뮤지션들 자신에게도 더 지켜낼 가치가 있는 세계이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세계가, 아이들에게 좋은 꿈을 꾸게 하는 사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모 한류 아이돌이 얼마짜리 집을 샀다는 기사에 몇천 개의 댓글이 달리는 걸 보며 잠시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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