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핫펠트
Album: [MEiNE] / [Deine]
Released: 2017-10-12 / 2018-04-18
핫펠트가 그동안 내놓은 작업물들 속 화자는 쿨병과는 거리가 먼, 이름부터 뜨거운 사람이다. 나처럼 냉소주의에 찌든 20대였던 사람이 귀 기울이기엔 그 자의식이 다소 버겁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데뷔 전 MTV 다큐 시절부터 원더걸스의 팬이었지만 원더걸스 속의 예은도, 자신의 음악을 하는 핫펠트도 제대로 읽어보려고 한적이 없었다고 하는 게 맞겠다. 최근의 인터뷰에서 아이돌 시절 ‘꽃’으로 비유되던 때에 핫펠트 이름으로 발표했던 앨범 속 ‘Iron Girl’의 의미에 대해 얘기한 것을 보았다. 어쩌면 그녀가 타파하고 싶었던 현실은 현실의 아픔은 일단 외면하는 막연한 이상주의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상하게도 내가 아는 아이돌 중 가장 현실적인 사람인 그녀가 가장 뜨거운 문법으로 자기의 얘길 하고 싶어해왔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사람이라는 인상이 늘 강했던 그녀이기에 “자유롭고 싶었다”는 인터뷰에서의 말이 더 크게 와 닿는다. 개인적으론 핫펠트가 어떤 사람이고 지향점이 어떠한지를 아는 것이 이 두 싱글을 이해하기에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는 감상용으로도 이미 충분한 작품들이긴 하다. [MEiNE]은 역시 진지한 자신의 이야기였고 동시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라는 인상이다. ‘나란 책’ 같은 트랙을 보면 연애담으로 자의식을 드러내는 방식이 지나치게 은유적이지 않은 적절한 지점을 찾아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결한 비트에 서정적인 멜로디라인이 그녀의 가사를 담담히 담아낸다.
[Deine]은 좀 더 스타일리시한 프로덕션이 돋보인다. 소곤소곤한 창법이지만 회끼 묻은 것 같은 채도 낮은 음색을 유지하는 보컬에 어우러질 만큼만 통통 튀어 다니는 기타 루프는 소품 구성의 디테일이 완벽한 쇼룸처럼 조화롭다. ‘청춘’ 등의 막연하게 큰 단어를 활용하지 않고도 관계와 세대로서의 투쟁의 얘길 영화 같은 컬쳐 코드와 믹스해 풀어낼 수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아티스트는 많지 않다. ‘Cigar’의 매캐한 무드 또한 ‘위로가 돼요’의 물먹은 맑은 비비드톤과 대비를 이루며 관계성 묘사에 관심이 많은 동세대들의 다양한 정서를 조밀하게 대변한다.
나는 종종 음악을 듣다 스타일이나 내용면에서 재미보다는 지루함이 더 느껴질 때 ‘기득권 음악’이라는 표현을 쓰고는 한다.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는 감상의 순간들이 있다. 대안주의에만 심취해있는 게 좋은 창작의 태도가 아니라는 건 안다. 중요한 건 균형을 맞추려 노력하는 창작자들은 분명 있다는 것이다. 핫펠트는 두 개의 싱글로 레퍼런스들과 얼터너티브 사이에서의 울퉁불퉁한 컨트롤을 거쳐 매끈한 컨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아티스트임을 증명했다. 분명한 성취고, 앞으로 부단히 유효할 베네핏이다. 빛나는 지점을 찍은 핫펠트의 다음 커브를 기다리는 게 설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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