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stant green] 멀리의 초록 Ep. 05

by minimalist on Mar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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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luxe Edition의 Bonus Track 같은 나날들이길

패션 브랜드로 잘 알려진 메종 키츠네(Maison Kitsuné)가 본래는 음악 레이블로 시작한 브랜드였다는 것 아시나요? 뮤직 비즈니스 종사자였던 프랑스인 창립자가 일본인 프로덕션 매니저와 함께 키츠네 레이블로 의기투합한 것이 메종 키츠네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곡이 수록된 Kilo Kish의 EP 앨범 [Across]는 메종 키츠네와의 콜라보를 통해 이 키츠네 레이블에서 발매된 앨범으로, 음악-패션-푸드를 아우르는 아티스틱 브랜드로의 정체성이 전방위 아티스트를 지향하는 킬로 키쉬의 자유로운 소울과 결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전곡이 편집샵 BGM 리스트 같은 매끈한 댄서블 트랙들로 가득 차있는 이 매력적인 앨범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트랙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Curious (Le Flex Remix)'는 별도로 발표되었던 [Across]의 리믹스 앨범 수록 트랙들이 추가된 [Across (Deluxe Edition)]의 맨 마지막 곡이자 보너스 트랙입니다. 확장판 앨범의 보너스 트랙, 마지막의_진짜_마지막.mp3 같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이 곡을 좋아하는 이유는 'Curious' 원곡도 워낙에 좋지만 언제 어느 때나 플레이하자마자 즐거워지는 곡이기 때문입니다. 저의 마르지 않는 흥버튼 중의 하나인데요. 이 곡을 듣고 싶어질 때마다 스트리밍 앱 내에서 플레이하기 위해 찾아가는 여정부터 어쩐지 즐겁습니다. 디럭스 에디션 앨범의 보너스 트랙이라는 게 마치 비밀스런 선물처럼 느껴져, 갈수록 더 소중히 여기게 된 것도 같습니다.

저는 작년 한 해 펑크의 대모라고 불리는 Patti Smith의 에세이들과 함께 출퇴근길을 보냈습니다. 번잡한 전철 안에서 눈 둘 곳이 필요했던 저는 가장 최근작인 [달에서의 하룻밤]을 시작으로, 패티 스미스의 꿈의 기록 같은 신비스러운 문장들에 빠져 지냈죠. [저스트 키즈], [M 트레인], [몰입] 등을 독파하며 자연스러운 패턴이 생겼는데요. 바로 마지막 문장을 앞두고 책을 잠시 덮어두는 것이었습니다. 패티 스미스의 에세이들은 가히 마지막 문장으로 완성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독특한 여운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 여운을 충분히 즐기고 싶을 때 읽기 위해 아껴두는 패턴이 생겼습니다.

한 권의 책 읽기는 끈기 있게 전념하여 주의를 이어가는 과정입니다. 독서를 하는 와중에는 작가가 고심하여 써내려가고 배치한 문장들에 어쨌든 이끌려가지만, 끝맺기는 나의 자유 의지로 유예시킬 수도 있다는 점이 오묘하고도 즐거운 점입니다. 아직 읽지 않고 남겨둔 마지막 문장의 아름다움을 상상하며 독서의 끝을 연장시키는 일종의 '패티 스미스 읽기'에 대한 저만의 작은 의식은 국내에 발간된 그의 모든 책을 읽으며 지속되었습니다.

우리 삶에도 끝을 내지 않고 덮어둔 채 잊고 살다가 다시 집어들 수 있는 마지막 문장들이 많을수록, 조금은 두둑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겨울의 가장 독한 구절 1월이 지나고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 같은 관계들, 디럭스 에디션 앨범의 보너스 트랙 같은 나날들을 풍요롭게 쌓아가는 계절이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 2022.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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