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istant green] 멀리의 초록 Ep. 06

by minimalist on Mar 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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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터프한 싱잉랩을 하고 있는 여성 랩퍼

언젠가부터 국내 리스너들에게 싱잉랩의 개념이 오용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힙합에 대해 시리어스하지 않은 태도로 장난스럽게 추구한다거나, 힙합을 지나치게 대중적이고 가볍게 보이도록 역할하고 있다는 오해가 팽배한데요. 소위 본토 힙합이라고 말하는 미국 트랩 뮤지션들의 싱잉스러운 랩핑은 사실 난해할 정도로 거친 경우가 많죠. 타이트하게 다듬어진 정교한 랩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칠다는 표현을 썼습니다. 일부러 음에 맞지 않게 울부짖거나 발음을 고의로 뭉개 웅얼거리며 내뱉은 랩에 오토튠으로 인위적인 싱잉을 구현하기도 합니다. 귀에 때려 박히는 딜리버리, 정박의 치밀한 라임 배치, 컨셔스한 가사 내용 등이 랩의 정통성을 따른다는 의미에서 올드스쿨 힙합이라면 오늘 소개할 070 Shake를 비롯해 대부분의 싱잉랩을하는 트랩퍼들은 뉴스쿨 힙합으로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존의 정통적인 랩핑과 비트 작법을 계승하지 않지만 분명 힙합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존재하는 일련의 흐름을 힙합에 대한 대안적인 경험을 하게 한다고도 얘기할 수 있겠죠. 070 Shake의 EP 앨범 [Glitter]에 주목한 건 그가 멋진 아웃핏의 여성 랩퍼여서만은 아닙니다. 다분히 트렌디한 트랩 앨범임과 동시에, 짧게는 Chance the Rapper 혹은 Post Malone, 길게는 힙합 밴드 The Roots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얼터너티브 힙합의 계보를 잇는 수작이었기 때문입니다. 장엄한 ‘Somebody Like Me’와 ‘Lost In Love’, ‘Stranger’의 협곡 사이, 저의 애정은 느리고 무거운 비트에 070 Shake가 그야말로 터프하게 싱잉랩을 흥얼거리는 ‘Mirrors’에 꽂히고 말았죠.

클라우드 랩이나 레이드 백 스타일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이 트랙이 최애 트랙이 된 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이 곡은 070 Shake만의 거친 무드가 한껏 담겨있지만, 무엇보다 마이너 코드와 메이저 코드를 오가는 탑라인으로 위트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Glitter] 앨범을 대표하는 곡임과 동시에 한 발짝 벗어나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전형성과 비전형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 곡을 씬에서 주목받는 랩퍼이자 공공연히 커밍아웃한 성소수자인 여성 아티스트가 거칠게 씹어 읊조리며 랩을 하는 모습을 꼭 보고 반해보시길 바랍니다. ‘감미로운’, ‘힙합 같지도 않은’ 것이 싱잉랩이라는 오해를 느리고 멜로디컬하지만 살벌하기 그지없는 랩으로 단박에 깨부수고 대신에 단단한 편견 하나를 심어줄지도 모릅니다. 진짜 딥하고 멋있는 새 시대의 힙합은 이런 여성 랩퍼가 하고 있었다고요.

- 2022.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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