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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Miller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 Review
Artist: Mac Miller
Album: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
Released: 2013-06-18
6월 18일은 참으로 이상한 날이었다. 칸예웨스트(Kanye West), 제이 콜(J. Cole), 그리고 맥 밀러(Mac Miller)라는 쟁쟁한 네임파워의 랩 스타들이 동시에 새 정규작을내놓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6월 18일을 발매일로 선점한 이는 맥 밀러, 그는 인터뷰에서 이 힙합씬의 느닷없는 릴리즈 전쟁에 대해 일이 이렇게 될 줄 상상도 못했다며 투덜거렸다. 결과는? 발매 첫 주 앨범 판매량 1위 칸예웨스트, 2위 제이 콜, 3위 맥 밀러. 맥 밀러가 이런 결과를 예상 못 한 건 아닐 거다. 제이 콜이 선방하여 칸예의 판매량을 위협하고 있는 건 다소 예상 밖이지만 어쨌건 세일즈파워 순위는 예상했던 그대로다. 발매일을 바꿀 법도 했겠지만, 이런 생각지 못한 대결구도에 대개는 흥미로워했고 결과는 앨범 차트 순위 1,2,3위를 힙합 스타들이 나란히 차지하고 있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힙합이 주류인 미국 시장에선 힙합계 내에서의 포지션이 대중적 이미지를 규정하는데 있어 생각보다 주요한 영향을미친다. 드레이크(Drake) 처럼 아예 힙합 꼬리표가 아무 상관 없을 만큼 대중적인 팝스타의 위치에 오르게 되면 모르겠지만, 대부분 힙합 스타들은 힙합씬 내에서의 입지가 어느 정도냐가 결국 장기적으로 대중적인 네임파워를 좌지우지한다. 맥 밀러가 씬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언더그라운드 인디펜던트 뮤지션이었으며, 지금도 셀프 프로덕션 방식으로 제작한 앨범을 독립 레이블을 통해 발매하는 언더그라운드씬 제작 방식을 따르고 있다. 또한, 거의 쉴새 없이 공개하고 있는 믹스테잎들과 독특한 분위기와 퀄리티가 돋보이는 비디오들은 맥 밀러를 단순히 랩스타 노선을 밟으려는 어린 백인 랩퍼란 타이틀로 규정짓기엔 설명되지 않는 가치들이다.
앞서 말한 애매모호한 포지션을 얘기하자면,힙합씬에서 맥 밀러는화제의 중심이 아니다. 당연히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긴 하지만, 미힙합씬에 조금이라도 애정이 있는 이들은 알 것이다. 맥 밀러는 힙합씬 내에서 신선한 신예 이상의 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왕성히 활동하고 있는 빅션(Big Sean), 위즈칼리파(Wiz Khalifa), 에이샙락키(A$AP Rocky), 제이 콜(J, Cole) 등의 씬내 주요한 포지션을 떠올려보면 맥 밀러는 그들에 비해 살짝 곁다리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그 어떤 이들보다도 맥 밀러의 가치를 주목하고 싶은 이유가 있다.현재 “S.D.S.” 같은 곡을 싱글로 낼 수 있는 힙합 스타는 맥 밀러 밖에 없다. “S.D.S.”의 비트는가히 올해 나온 모든 힙합 싱글을 통틀어 가장 영롱한 사운드를 구현해냈고, 그에 더해 멜랑콜리한 무드와 재치있는 비디오와 어우러져 퀄리티 높은 싱글로 완성되었다. 맥 밀러의 랩 가사는 치열한 자가성찰의 결실이나, 그걸 담아내는 비트들은 일관된 사이키델릭 힙합 스타일로 잘 정제되어 있다는 점에서 미니멀리즘 스타일을 제대로 구사하고 있는 몇 안 되는 힙합 아티스트라고 말 할 수 있다.
스스로가 성장 과정에 있으며 그것을 음악을 통해 보여주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 젊은 랩퍼는, 그 단순명료한 의도만큼이나 직관적인 결과물로 증명해 보이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점점 정제된 스타일을 갖추어가는 업그레이드된 프로덕션 솜씨로드러내고 있다.이 앨범을 감상한다는 건 단순히 한 장의 음반을 듣는 것이 아닌 아티스트와 인간으로서 맥 밀러의 개인적인 성장기, 반짝임이 터지는 순간을 지켜보는 것이다. 이건 한 인간의 인생그래프에서 스포트라이트가 터지는 순간과는 또 다른 것이다.
맥 밀러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이미 믹스테잎만으로도 씬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그 때였다고도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19살에 발표했던 첫 번째 정규작 [Blue Slide Park]는 1995년 이래 인디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차지한 앨범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힙합씬 내에서의 [Blue Slide Park]에 대한 혹평은 생각보다 심했다. 최근 그는 1집의 혹평으로 괴로움을 견디다 못해 마약에 빠졌으며 헤어나오기 까지 고통의 나날들을 보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학예회용 랩 스타니 뭐니 하는 평가들을 뒤로하기 위해, 힙합 아티스트로서의 행보를 닦아나갔다. 지치지 않는 창작욕으로 줄줄이 믹스테잎을 발표하며 재능을 증명해 보였고, 그 결실은 작년 발표한 믹스테잎 [Macadelic]에서 절정의 퀄리티에 달했다. 같은 피츠버그 출신인 신진 프로듀서팀 아이디 랩스(I.D. Labs)의 비트 프로덕션이 돋보였던 [Macadelic]은 진보된 스타일로 맥 밀러의 색깔을 확고히 했고, 이번 앨범엔 나아가 맥 밀러의 셀프 프로덕션도 주력했다. 피쳐링 참여와 투어 공연을 함께하며 좋은 교류를 보여주고 있는 더 쿨키즈(The Cool Kids)의 척 잉글리시(Chuck English)도 프로듀서로 참여해 특유의 미니멀하고 돕한 비트로 트랙리스트를 빛냈다(“Gees”).
훗날 어느 누구든지 맥 밀러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 당신에게 두 번째 정규작이란 어떤 의미였냐고.힙합계에서 거장 칸예 웨스트 보다는 당연히, 동시대에 신예로 출발한 제이콜의 신보보다도 주목 받지 못했던 앨범이었지만 그 자신에게, 그리고 본인의 성장과정에 관심 있어 한 이들에겐 판매량 같은 수치론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빛나는 지표점이었다고 회자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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