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st: 김예림

Album: Simple Mind

Released: 2015-4-27

"Awoo" (작사: 행주, 지구인, 프라이머리, 수란 / 작곡: 프라이머리, 수란)

심플한 미디움 비트임에도 텐션감이 있는 베이스와 보컬 샘플러로 몰입도를 높이고, 훅에선 코러스 활용, 단순한 가사와 멜로디, 순간적으로 터지는 사운드가 강렬한 전달감을 높인다. 랩퍼들이 작사에 참여해서 그런지 유연하게 비트를 넘어가는 가사가 재미있는데, 가사 전달의 효과를 높인 비중엔 재미있는 발음과 발성, 나른한 여우 같은 창법을 꼼꼼하게 살려낸 보컬디렉팅이 한 몫 했다. 대중적인 미디움 힙합 비트 프로듀싱에 탁월한 재능을 증명해온 프라이머리와 개성 있는 보컬의 싱어송라이터 수란의 공동 작곡이 빛을 발한 부분이다. 

앨범 내에서 가장 김예림의 기존 이미지와 동떨어져 있는 힙합풍의 곡이지만, 앨범을 다 돌리고 나면 이 앨범의 인상을 가장 효과적으로 축소 시키고 있는 곡이라고 느껴진다. 김예림이라는 가수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는 낯설지만 트렌디한 가능성을 제시한 곡으로 시작한 건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언젠가 더욱 볼드한 Trip  hop 계열의 비트에 프리한 보컬로 노래하는 김예림을 기대하게 된 트랙이기도 하다.

"알면 다쳐" (작사: 윤종신 / 작곡: 윤종신, 정석원)

썸남에게 전하는 오묘한 여자의 심정을 표현한 가사와 최적화된 밀고 당기는 묘미로 듣는 재미가 쏠쏠한 비트가 매력적인 곡이다. 박수 샘플러에서 시작해 차곡차곡 보컬 라인 위에 쌓아 올려 가는 그루브한 소스들이 재미있다. 멜로디가 절정으로 멜랑콜리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훅에서는 엇박으로 포인트를 만들어내는 소스 활용과 비트 체인징으로 재미있는 사운드를 만들어낸다. 후반부 순간 Trap R&B라 느껴질 정도로 다운된 말랑말랑한 사운드에 흘려내듯 흥얼거리는 ‘oh my love game’ 부분이 밀당의 백미다.

"바람아 Ft. Beenzino" (작사: Beenzino, 김예림 / 작곡: PEEJAY, Beenzino, 김예림)

장르 영역에 한계가 없는 재능을 지닌 프로듀서 피제이(PEEJAY)가 만든 곡으로, 피아노 프레이즈로 김예림의 보컬이 가진 매력을 담백하게 담아내며 시작해 빈지노의 어눌하면서도 멜로디컬한 랩핑과 브라스 활용으로 빈티지한 무드를 자아내는 사운드가 어우러지며 1, 2번 트랙의 긴장감을 릴렉싱해주는 트랙이다. 평소 피제이와는 돈독한 파트너쉽을 쌓아왔던 빈지노지만 로맨틱한 소프트 재즈를 표방한 발라드 곡에서 까지 지루하지 않은 랩핑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 한국어 랩으로 구현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재미있는 플로우를 슬로우 비트에 얹어낸 랩메이킹에 탄성이 나온다.

"No More" (작사: 김종현 / 작곡: 김종현, 위프리키, Chase)

샤이니의 종현이 프로듀싱에 참여한 트랙으로, 쿵짝쿵짝 레트로풍 베이스와 브라스, 현의 사용으로 비트를 빈틈 없이 꾸리고 있으며, 스크래칭, 휘파람, 김예림의 시니컬한 보컬이 시너지를 이루며 풍성한 사운드를 구현해낸다.

"Upgrader" (작사: 퓨어킴 / 작곡: 포스티노)

개인적으로 타이틀 곡 라인 다음으로 가장 좋아했던 트랙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특별한 사람으로 성장 되어 가는 것 같은 업그레이드의 순간을 여성의 감성으로 그려낸 싱어송라이터 퓨어킴의 가사, 하늘을 나는 것 같은 훅 사운드를 만들어낸 포스티노의 일렉트로닉 비트가 조화롭다. 상승하며 공간감을 만들어가는 상쾌한 신스 팝 사운드가 매력적이다. 여기에 독특한 세계관으로 국내 여성 뮤지션 중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는 퓨어킴의 연애 시의 자존감에 관한 가사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붙으며 앨범의 팝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종이새" (작사: 루시드폴 / 작곡: 루시드폴)

앨범의 마지막은 루시드폴의 어쿠스틱한 곡으로 마무리된다. 무심한 듯 쓸쓸한 감성을 거북스럽지 않게 잘 표현해내는 김예림이라는 보컬의 매력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뻔하긴 하지만 어쨌든 적절한 마지막 트랙이다. 루시드폴이 만들었던 “봄눈”이 생각나기도 하는 곡이지만, 좀 더 영한 연애담, 담백한 정서를 담고 있어 지금의 김예림에게 어울리는 러브송으로 만들어졌다. 주로 화자를 썸녀에 포커싱하고 감정을 다룬 앨범 전반의 감성을 ‘천천히 나를 접어주는 그대’ 라는 가사가 여실히 대표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지 않을까. 다양한 장르 소화에 대한 가능성을 컴팩트하게 보여준 앨범 속에서 역시나 포크 장르는 보컬리스트 김예림을 가장 효과적으로 비춰주는 장치로 작용하여 여운을 남긴다.